말하기와 글쓰기 - 관찰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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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공부/글쓰기의 이론와 실제

말하기와 글쓰기 - 관찰과 정리

by Life K-Drama 2022.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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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생활인의 필연적 욕구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작문(글짓기)이라는 언어활동이 아무런 준비나 의지 없이 진공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말은 때로 부지불식간에 음성을 통하여 나타날 수도 있고, 논리적인 예측이나 불분명한 내용을 즉석에서 되풀이하여 정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내용일지라도 일단 문장으로 표현되기까지는 사색이라는 여과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글을 씀에 있어서 논리성을 갖추려는 노력이 앞서게 되고, 과연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하여 선후의 사상들을 정리하려는 심의 작용이 뒤따르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작문 행위에 선행될 준비 과정은 첫째, 관찰하는 일과 둘째, 글의 내용을 정리하는 일이다.

 

1) 관찰

  문장을 쓸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막상 펜을 들면 단 한 줄의 글도 이루어 낼 수 없는 답답한 지경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할 때 쓸 수 없다는 상황을 세밀히 분석해보면 내용이 전연 없다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것보다는 대상에 대한 막연한 애정이 있을 뿐, 그 정체를 소상히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기가 관심을 갖는 현상이나 문장에 대하여 자료를 모으고, 주관적인 사고를 거듭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의견이나 판단의 결과를 가져야 비로소 한 줄의 글이나마 써지게 되는 것이다. 글의 내용이라는 것은 갑자기 풍부해지는 것이 아니다. 평상시에 자료를 모으되 주관적으로 생각하고 관찰한 결과를 기억[메모]래 두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2) 정리

  누구나 문장을 쓰려고 할 때, 먼저 표현하고자 하는 그 무엇이 머리에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머리에 떠오른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앞뒤 분석도 하지 않고 구슬 꼬이듯 어휘의 나열로 시종한다면 좋은 글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느낀 일, 심사숙고한 일, 의논하여야 할 과제, 꼭 들려주고 싶은 교훈적인 이야기 등 그 무엇이거나 독자의 심금을 울려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내용을 서술함에 있어서 앞뒤 말이 호흡이 맞아야 하는 등, 갖가지 준비와 정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래야만 전달하고 싶은 말의 속뜻 즉 주제, 중심사상이 읽는 이의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어떤 현상이나 사고 등 머리에 떠오른 '쓸 거리'[(文材)]를 피요에 따라 취사선택하고 다시 전후 순서에 안맞게 짜 세우는 순서를 밟아야 한다. 재목, 석재, 흙 등은 집을 건축하는 데에 피요한 재료가 될 뿐이지, 그것들은 아무렇게나 얼기설기 얽어 놓는다고 해서 집이 지어지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보고 듣고 감동한 바를 극명하게 전달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그 글은 내용이 풍부해야 함을 물론이고 이야기[글]의 짜임새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강렬하게 주장하는 호소일 수도 있다. 독자의 감격을 유도하려는 정서적이며 의도적인 내용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무엇이 내용에 담기건 생경한 채로 엮어 놓는다고 해서 감동적인 글이 될 리가 없다.

  글에 있어서 말하는 요점인 주제, 중심사상이 문장 전체에 통일을 주고, 모든 논의는 이것을 향해서 집약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 주제, 중심사상이 명료하지 못하거나 또는 그의 표출을 위한 언어적인 전개가 목적에서 빗나간다면 그 문장은 무질서한 어휘의 나열에 그칠 뿐 아니라 독자의 판단과 이해를 저해하는 말의 희롱이 될 따름이다.

  문재의 정리나 언어의 조탁은 문장의 생명에 직결되는 수련 과정이라고 하겠다.

  다음은 표현상의 유형인 서술법을 고려하여야 한다. 서술 방법으로 할 것인가, 단순한 객관 묘사로 할 것인가, 아니면 주관적인 논의의 형식을 취할 것인가 등이 있으나, 어느 서술 방법을 택할 것인가는 필자가 선택한 문재의 성격에서 결정될 문제다.

  무엇인가를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라면 설명문 형태가 적절할 것이며, 그것은 독자에게 지적 이해를 촉구하는 것이다. 이 경우의 문장은 대체로 무미건조한 문체라는 평가를 받기 쉬우나, 어떤 상황이나 사물의 본질을 알리는 것으로 목적을 삼았다면 굳이 미사여구를 구사할 필요는 없다. 수식은 오히려 군더더기라는 판단 하에 내용과 서술 방법을 정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긴 문장을 쓸 때 앞부분과 뒷부분이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비문을 쓸 때도 있다. 이런 것을 조금만 주의하면 될 것인데, 주의를 하지 않아 생기는 일이다. 다 써놓고 한두 번은 읽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자의 문제인데, 틀린 한자를 쓰거나, 어려운 글자는 그냥 두고 쉬운 글만 굳이 한자를 쓰는 사람도 있다. 웃기는 일이다.

 

 

3. 대학생에게 필요한 글쓰기

  글쓰기는 피자가 설명 및 설득을 목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지적행위이다. 이런 글쓰기의 과정은 단어를 연결하여 문장을 엮어 나가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필자는 글을 써 나가는 과정에서 의미를 새롭게 꺠닫고 정리하게 된다. 말하기보다 더 정교한 사고를 통해 확연하게 부각되는 의미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글쓰기란 단순히 생각을 글로 나타내는 행위가 아니라 고차원적인 사고를 요하는 행위이다. 또한 글쓰기는 독자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내 생각을 막 쓰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고려하게 되고, 그런 사고 속에서 글을 쓰게 되는 것이다. 결국 글쓰기 과정이란 독자를 염두에 둔 의사소통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독자는 글쓰기 과정이 진행되어 성숙해질수록 자기중심에서 주변으로 확대되어 간다.  미숙한 글쓰기를 반복하면서 쓰기라는 의사소통 형태를 익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쓰기 교육은 어떠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일까. 의사소통이 목적인 쓰기는 필자의 생각이나 느낌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행위이다. 이런 의사소통에는 여러 목적이 있다. 알리기 위한 것이 있고, 설득하기 위한 것이 있고,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이 있고,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 있다. 이런 다양한 목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 쓰는 것이다. 따라서 쓰기 교육은 글쓰기 전에 먼저 이러한 목적을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꼭 필자가 예상하는 독자에게 맞는 단어와 어법으로 자기의 목적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대학생에게 필요한 글쓰기는 무엇일까. 학생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은 보고서일 것이다. 또한 ㅗㄴ문과 취업 시 피요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일 것이다. 그리고 또 그 밖의 실용문을 쓸 것이다. 앞에 말한 글의 종류들은 나중에 글의 종류와 특성에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대학새들의 글쓰기 교욱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맞춤법이나 문장의 의미를 명확하게 쓰는 것이 아니다. 이런 기초 능력은 초등 교육과 중등 교육의 과정에서 이미 충분히 걸러왔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에게 있어 글쓰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생각이 없는 글을 쓴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신의 인생관에 대한 글을 쓰라고 하는데도 쓸 이야기가 없다고 한다. 생각나는 것이 없다고 한다. 스스로 생각해서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드 대신 인생관이란 무엇인가 라는 일반 주제에 대하여 개념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를 모아서 엮어보는 학생들이 있다. 남의 글에서 자신의 생각이 아닌 남의 생각들을 인용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글쓰기가 어려운 사람들의 문제점은 글을 쓰라고 하면 선뜻 쓰지 못하고 망설이기만 한다. 그 어떤 작문 책을 보니 그 이유를 첫째, 좀 더 기발한 것을 써서 남을 놀라게 해야겠다는 생각. 둘째, 좀 더 좋은 것이 없나 하고 이것저것을 궁리하고 생각하느라고 공연히 시간만 낭비하고 말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둘 중 하나를 고른다. 하지만 결국은 둘보다는 막연히 쓸  말이 없기 때문에 글쓰기를 망설이는 학생들이 더 많다. 결국 쓸 말이 없고, 그로 인해 시작 자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글쓰기가 어려운 것이다.

  결국 글쓰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생각이 없는 글을 쓴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위의 예와 같이 남의 글에서 자신의 생각이 아닌 남의 생각들을 무비판적으로 인용하는 것이다. 생각 없이 글을 쓰는 버릇을 대학에 와서 고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므로 여러 편의 글을 써보면서 생각 없이 글을 쓰는 습관을 고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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