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의 이해] 들어가는 말
본문 바로가기
전공 공부/about 중국

[중국 고전의 이해] 들어가는 말

by Life K-Drama 2022. 1. 1.
728x90
반응형

근래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흔히 이공계와 인문학의 위기라고 한다.

이처럼 기초학문이 위기라고 하는 것은 이른바 자본주의 논리에 따른 경제적 수익가치만을 우선시하는 풍조가 가득한 이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기초학문은 돈이 안 되는 장사이기 때문이라고 하면 좀 화끈한 대답인 것일까?

그런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에 흥미로운 얘깃거리로 사람들 입에서 자주 오르는 분야가 동양철학인듯 싶다. 몇 년 전인가는 공자가 죽어야 한다느니, 살아야 한다느니 하는 책들이 나와서 여러 사람들이 들먹였었고, 이제는 노자나 공자 등에 관한 강좌가 방송을 통해서 세상을 들썩이며, 요즘은 사회 여러 방면에서 한창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인문학이 위기라는 소용돌이 속에서도 공자니 노자니 하는 동양의 옛 사상가들이 다시금 조명이 된다는 것은 그나마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중국 정부에서 '동북공정' 이라 하여 우리 역사를 왜곡하려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는 것을 보고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제까지 가졌던 중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버리고 중국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반성의 계기로 삼자고 하기도 한다. 이것은 마치 수년 전 일본이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려 할 때도 반대만을 위한 반대가 아닌 극일에 앞서 일본을 잘 아랑야 하는 지일이 필요하다고 했던 것처럼, 우리 자신뿐 아니라 중국이라는 나라의 진정한 실체를 잘 이해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본다. 단순이 감정에 휩싸여 목소리만 높여서야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중국의 겉모습보다는 그들 내면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중국 고전의 다양한 모습들을 되새겨 보는 계기를 갖기로 한다.

 

* 중국(中國)이라는 나라

우리와 결코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이웃 나라인 중국,

그런데 중국 이라는 말을 '세계의 중심 국가'라는 뜻이다. 가운데 중(中) 자는 원래 과녁의 가운데에 화살이 꽂혀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중심' 혹은 '맞추다'의 의미를 가지며, 나라 국(國) 자는 영토+무력+사람 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즉 '중'이란 세상의 중심이라는 의미이고, '국'이란 일정 규모의 영토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되 그들을 지켜낼 수 있는 무력이 갖추어진 단위가 바로 나라라고 한 것이다. 그러니 중국이라는 글자에서만 보더라도 예부터 중국인들이 자기 나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 글자 마자 뜻을 담고 있다고 해서 표의문자(表意文字)라고 불리는 한자(漢字)를 익히는 것은 중국과 중국인들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필수적인 학습과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의 역사 속에서 수없이 많은 왕조가 흥망성회를 거듭했지만, 정작 그들 왕조 가운데 정식 국호를 '중국(中國)'이라고 불렀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즉 중국이란 말은 중국인들이 자기 나라가 새계의 중심국가이고 이웃의 다른 나라들은 모두 오랑캐의 나라라고 깎아내리고자 했던 생각에서 스스로를 그렇게 불렀던 말인 것이다. 이런 생각을 중화사상(中華思想)이라고 한다. 그렇게 때문에 이웃나라의 하나인 우리가 중국을 '중국'이라고 불러준다면 그 소게 우리는 '변두리 나라'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한편 중국을 일컬어서 '오리엔트' 즉 '동양(東洋)'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동양이란 서양 사람들이 자기들 중심으로 붙인 이름이며, 중국 사람들이 동양이라고 부르는 것은 동쪽의 바다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일본을 가리켜 부르는 표현이다. 서양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보자면, 동양에는 중동(中東), 동남아시아(이것 역시 우리 입장에서 지도를 보자면 '서남아시아'라고 불러야 한다), 인도, 중국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인데, 우리는 단지 중국만을 일컬어 부를 때가 많다.

그것이 중국이 동양을 대표한다고 생각해서 일텐데, 이러한 생각 역시 모화사상(慕華思想)의 한 형태로서 우리가 이미 떨쳐 버렸어야 할 찌꺼기와도 같은 생각인 것이다.

그렇다면 영어식으로 차이나(China) 라고 부르는 것은 어떨까?

차이나는 본래 전국시대 진나라의 진(秦)이라는 명칭을 웨이드식 중국어 발음으로 읽으면 친(Chin)인데, 여기에다가 '영토'라는 의미에서 'a'를 붙여서 일컬은 것이다. 그러므로 차이나는 '진(秦)의 나라'라는 뜻이 된다. 중국에서 최초로 통일 왕조 국가의 면모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는 진나라를 표방하여 부르는 차이나라는 명칭에서 중국 역사에서 차지하는 진나라의 의의를 알 수 있다.

진나라는 고대 중국에서 비로소 통일 왕조 국가로서 면모를 갖추었고 당시 세웠던 대부분의 문물제도와 같은 국가 체제가 청(淸)나라까지 이어졌다는 것만 보더라도 중국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차이나는 도자기라는 영어식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유럽이 산업혁명에 성공하여 그들이 공장에서 생산한 모직 제품을 팔기 위해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몰려왔다가 중국에서 아편을 팔고 대신 사 가지고 간 것은 차(茶)와 도자기였는데, 산업혁명 이후 영국의 일반 시민들이 여가를 즐길 만큼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대표적인 상품이 도자기이다 보니까 중국을 보통명사로 '차이나'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사람들이 제국주의 시절에 중국을 일컬어서 부르던 '지나(支那)'라는 말은 어떨까?

지나의 '지(支)'는 뿌리나 줄기가 아닌 가지[枝]라는 뜻이다. 물론 차이나(China)를 음역하여서 지나라고 한 것이기는 한데, 여기에서 일본인들은 과감하게도 중국을 세상의 중심 혹은 근간이 아닌 마치 '나무의 곁가지' 와도 같은 존재라는 의미에서 '지나'라고 불렀던 것이다. 당시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이 아시아의 맹주가 되고자 했으니, 지나라고 하는 이 한마디로 그간 중국과의 불평등한 관계를 청산하고 자기네야말로 하늘의 정통 후선이라는 천황(天皇) 의식을 한껏 드높이고자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옛날 봉건왕조시대에야 우리나라와 중국의 관계에서는 안타깝지만 우리가 국왕의 등극을 승인 받거나 조공을 바치는 등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일종의 불평등한 관계를 맺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날까지 우리가 중국의 세계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중국이라는 명칭을 쓸 것 까지는 없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중국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물론 중국의 전체 이름이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이니, 이것의 줄임 표현으로 중국이라고 한다면 딱히 반박할 건더기가 있는 것은 아니기도 하다.

그렇다면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는 무슨 뜻을 담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서 화(華)는 '화려하다', '번성하다'는 의미에서 '꽃 화(花)'자의 의미이며, 인민(人民)의 인은 옛날 왕조시대 지배계층의 사람을 말하며, 민은 피지배계층의 사람을 말한다. 그러므로 인민이란 흔히 영어로 피플(people)이라고 풀이하지만 오늘날 사회주의 중국에서는 옛날 봉건왕조시대의 계급적인 차별을 깨고 평등사상을 고취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불려지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공화(共和)는 '함께 한다'는 뜻이니, 공화국이란 옛날 왕조시대 국왕의 일인 세습 체제가 아닌 선거를 통해서 정권이 교체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말에서도 오늘날 중국인들이 자기 나라에 대한 정체성을 이 한 마디에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 이름은 그간 중국의 정통 왕조가 모두 한 글자로 이름을 불려졌던 것에 보자면 매우 파격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중국 역사에서 등장했던 주요 왕조의 이름을 보자면, 하(夏), 은(殷), 주(周), 진(秦), 한(漢), 위(魏), 진(晉), 남북조(南北朝: 송(宋), 제(齊), 량(梁), 진(陳) 등)의 여러 왕조, 당(唐), 송(宋), 원(元), 명(明), 청(淸) 등 모두 한 글자로 되어 있다. 반면에 중국이 오랑캐라고 멸시하여 불렀던 주변의 나라들의 명칭은 한결같이 두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조선(朝鮮), 고려(高麗), 백제(百濟), 신라(新羅), 발해(渤海), 흉노, 거란, 몽고, 말갈, 선비 등등... 여기에서 중국인들이 '하나[一]'에 대한 정통성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4,000여년 간의 봉건왕조 시대를 마감한 오늘날 사회주의 중국은 그러한 전통을 깨고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을 국호에 담아 예전에 비하자면 매우 장황하게 '중화인민공화국'이라고 표현하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뜻글자인 한자는 이렇듯 짧고 명료하게 중국인들의 생각을 담아왔으며, 어떠한 사물이나 개념을 설정할 때에 그것의 실체나 정통성을 싣기도 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우리네 어문정책에 대한 논쟁으로 한글 전용에 반대하여 으레 한자를 섞어 쓰거나 함께 써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며, 중국인들의 과거와 오늘날의 진정한 속내를 잘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한자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