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작성의 필요성
이제 자료 정리가 끝나면 개요 작성 단계로 들어간다. 개요(Outline)란 구상을 해 나가는 단계에서 하는 구상 메모이다. 논문을 쓸 때 어떻게 논문을 전개시켜 나갈 것인가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구상의 내용을 간략하게 적어 놓는 것이다. 원고지 10~20매 정도의 글이라면 개요 작성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쓸 내용을 머릿속에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문과 같이 긴 글, 더욱이 논리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글이라면 개요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개요는,
① 글의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준다.
논문은 자신이 세운 가설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글이다. 따라서 추론은 논거보다 훨씬 중요하다. 논문에서의 논거는 이미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마련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논거를 바탕으로 어떻게 추론해 나가는가이다. 그러므로 말하는 순서가 대단히 중요하다. 논문의 구상 작업은 어떠한 순서로 말을 해 나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며, 개요란 바로 이러한 말하는 순서를 적어 놓는 것이다. 논문이 분석이 중심인지, 실험이 중심인지, 새로운 가설의 제시가 중심인지에 따라 개요 작성도 달라지게 된다. 또한 서술하는 순서에 따라 결론에서 미묘한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② 개요를 작성해 보면 논문의 빈 곳을 알 수 있다.
개요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논점들 상호 간의 관계가 엄밀하게 규정될 수 있으며, 또 규정되어야 한다. 이렇게 논점들 간에 관계를 확립하고, 그에 따라 말한 순서를 정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말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빠져 있는 부분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③ 개요는 글의 각 부분의 분량을 적절하게 안배할 수 있게 해 준다.
한 편의 논문이 무한정 길게 씌어질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논문에는 엄격한 제한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분량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논문의 각 부분도 일정한 길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전체 분량을 염두에 두면서 개요를 작성하면 논문의 각 부분이 얼마만큼의 길이로 씌어져야 하는지를 정할 수 있다.
④ 개요를 작성하면 글을 쓸 때 사용할 자료를 미리 정할 수 있다.
분류된 자료라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자료도 구체적으로 인용하기에는 불필요한 있을 수 있다. 개요를 작성하면 꼭 필요한 자료가 무엇인지 정할 수 있다.
2. 개요를 만드는 방법과 절차
1) 소주제문 만들기
논문 개요는 가능한 한 구체적일수록 좋다. 하지만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작성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개요를 작성하는 데에도 절차가 있다.
개요 작성을 위해서는 먼저 논문에서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하나의 주제문으로 표현해 본다. 이미 주제 설정 단계에서 주제문을 만든 바 있다. 그러나 이 주제문만으로는 개요를 만들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주제에 딸린 여러 논점들을 중신으로 여러 개의 소주제문을 만들어 보아야 한다.
먼저 이미 만들어진 주제문을 다시 살펴본다. 주제문은 하나의 논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주제문에 하나 이상의 논점이 있다면 적절한 주제문이 아니므로, 주제문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논점을 갈라 둘 이상의 주제문을 만든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자신이 정말로 말하고 싶은 바를 전달하는 주제문을 선택한다.
이렇게 하나의 주제문이 만들어졌다면 이제 소주제문을 만들어야 한다. 논문 쓰기에 훈련된 사람들은 생각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소주제문을 만드는 단계에서 이미 논문의 큰 틀거리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제 연구에 입문한 연구자들로서는 이렇게 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주제문과 관련하여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 이 단계에서는 이 문장들의 상관관계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이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소주제문들 사이의 상관관계는 '지금' 설정한 관계와는 다른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주제문의 상관관계는 우선 '논리적 관계'로 설정되겠지만, 한 편의 논문 안에서는 이와는 다른 관계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의식적으로 소주제문들 사이의 관계를 먼저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연스럽게 뒤따라 나오는 결론이라면 소주제문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단은 그저 나열을 해 보는 게 더 낫다. 단 주의하여야 할 점은 이러한 소주제문 역시 하나의 논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2) 소주제문들 사이의 관계 정하기
이제 우리 앞에는 여러 개의 소주제문들이 널려 있다. 이 소주제문이 몇 개나 될지는 모른다. 될수록 많은 소주제문이 있는 게 좋다. 이렇게 단문으로 된 여러 개의 주제문을 마련하였다면, 이제 이들을 놓고 두 가지 방향으로 생각해 본다.
(1) 이 여러개의 주장이 하나의 주제로 묶일 수 있는가?
앞에서 소주제문들은 서로 연관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소주제문들이 일직선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없다. 소주제문들의 연관은 망[net]과 비슷하다. 이 가운데 어떤 하나의 주장을 들어 올리면 다른 주장들이 따라 올라온다. 다른 주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개의 소주제문들을 몇 개의 큰 주제로 묶는 과정은 이런 연관들 가운데서 일부의 연관들을 선택하고 다른 연관들은 끊어버리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나의 주장이 동시에 두 가지 주장 아래 속해 있다면, 개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의 연관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일단 소주제문들을 엮다 보면 몇 개의 큰 주제로 나뉘게 될 것이다. 소주제문들 가운데 어떤 것은 이 큰 주제의 주제문이 될 수도 있고, 새롭게 큰 주제의 주제문을 만들어야 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쨋건 일단 몇 개의 큰 주제를 끌어냈다면 일단 개요의 첫 단계는 마친 셈이다.
그러나 아직 끝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런 큰 주제들은 잠정적으로 정해진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큰 주제를 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서 그 가운데 최선의 주제 묶음을 선택해야 한다.
(2) 하나의 주제문에 딸린 여러 주제문들 사이에는 어떤 관계를 갖는가?
하나의 큰 주제 딸린 소주제문들은 여러 가지 관계를 갖는다. 인과적인 관계를 가질 수도 있고, 병렬적인 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 인과적인 관계를 갖는다면, 다시 말해 하나의 주제문이 다른 주제문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이 두 주제문은 한 덩어리로 묶일 수 있다. 그러나 병렬적인 관계를 갖는다면, 이 두 주제문은 한 주제문 아래에서 각기 독립된 지위를 갖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 개의 소주제문이 어떤 관계를 갖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개요가 나오게 된다.
병렬적이건 인과적이건 이렇게 일단 몇 개의 주제문들이 만들어지면, 이 주제문들은 대체로 논문의 대강이 된다. 그리고 이를 적절한 순서로 배치해 본다. 몇 개의 주제문이 배치가 되면 이 주제문들은 논문에서 큰 목차가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목차로 만들어 개요를 잡는다.
이제 커다란 목차가 정해졌으면, 그 각각의 목차에서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세부적으로 구분해 본다. 하나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세부적인 주장들이 설정된다면 이 세부적인 주장들이 소목차로 될 수 있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주장만 있지 그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생각이 없는 것이므로 목차에 집어넣을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앞서 말한 (1)과 (2)의 과정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한 편의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개요를 만들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최선의 개요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들은 채워 넣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었는데 그 부분을 채워 넣을 수 없다면 그 개요는 그 자체로는 좋은 개요라고 할 수 있지만, 정작 논문을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개요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개요를 만들 때는 '좋은 개요'를 염두에 두되, 실제로 쓸 수 있는가를 생각해 '적절한 개요'를 만들어야만 한다.
'전공 공부 > 글쓰기의 이론와 실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문 작성의 실제 - 2. 본론 (0) | 2022.02.08 |
---|---|
논문 작성의 실제 - 1. 자세와 서론 (0) | 2022.02.07 |
논문 자료의 정리와 관리 (0) | 2022.02.05 |
논문 자료의 수집 (0) | 2022.02.04 |
논문 작성법 - 주제의 선정 (0) | 2022.02.03 |
댓글